남편은 투병중

[대장암 간전이 4기] 전조증상

La_Dolce_vita17 2025. 1. 19. 16:05

2022년
우리 가족이 미국을 떠나기 6개월 전
남편은 장염이 심하게 와서 잦은 설사로
화장실을 많이 가게 됐다.



그냥 남들이 겪는 흔한 장염증상...
내과 가서 장염약 처방받아서 먹고
좀 나아지는 듯했다.

그리고 출국 한 달 전에는 악랄한 미국의
의료비가 무서워 한국에서 중요한 진료만 싹
받고 나가자 해서 남편은 대장내시경을 받았고 거기에선 용종 2개 정도가 나와서 제거를
했다. 그때 왜 조직검사를 하지 않았는지
내가 알기로는 보통 그렇게 조직을 떼내면
검사를 하는 게 당연시하는 거라 알고 있었는데 의사가 별 대수롭지 않게 일반 이상 없는?
용종으로 넘긴 채 그렇게 미국으로 떠났다.


이때 까지만해도 참 기분이 들떠있었는데...

첫 번째 전조증상
빈혈로 인해 쓰러짐


그로부터 6개월 뒤 남편은 계속해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수백 페이지의 광범위한 숙제와 긴긴 수업시간 거기다 교회 업무까지 감당하다 보니 날로 갈수록 스트레스 너무 쌓여 과부하가 되어 있었는지 어느 새벽예배 시간에 찬양 인도를 하다가 “꽈당”!!!
갑자기 쓰러졌다.

입술이 새 하얘진 채로 창백한 얼굴을 띄는데
나는 사람 쓰러진걸 처음 봐서 너무 놀랬어서 남편을 붙잡고 병원을 그렇게 가자고 애원하며 결혼이래 처음으로 언성 높여가며 부부 싸움이라는 걸 했다.

고집불통인 남편은 그저 단순 빈혈이라며
자기 중학생 때도 빈혈로 쓰러진 적 있었다고
쉬면 괜찮으니까 걱정마라고 죽어도 안 가겠다고 버팅겼다.

그 뒤로 또 한 번 한 집사님 댁에 가서 소파를 옮겨주러 갔다가 두 번째로 크게 쓰러졌는데 나한테 쉬쉬하다가  결국 내 귀에 들어오게 됐고 그때도 병원을 가지 않았다...

남편이 이토록 안 가겠다고 한건 아무래도
미국의 응급실 병원비가 정말 상상 초월한 비용을 청구하는데 그게 걱정돼서 안 가겠다고 한 것 같다..

둘째 아들고열로 첫발을 내딘 병원


얼마나 큰 비용이 드는지 어찌 알았냐면
둘째가 미국 출국 전부터 고열이 나서 한국
응급실에선 별 이상 없다길래 그대로 업고
미국 왔고 일주일간 38~40도 사이를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해서 안 되겠다 싶어 멋모르고
응급실 갔는데 결국 조치해 준 것은 엑스레이 하나 찍은 것과 청진기 하나 댄 것 그리고 응급실 대기실에 3시간 동안 숨 쉬며 대기한 비용이 3,000불 한국돈으로 치면 440만 원 돈
가까이 나왔기 때문에...
(나중에 열꽃이 온몸에 핀 걸 보고나선 그저 돌치레를 크게 앓은 거였고 지금도 그 어처구니없는 응급실 비용을 할부로 1년 넘게 내고 있다...ㅡㅡ)

둘째 아파서 3시간동안 기다리는데 응급실 가드너가 아이들위해 주는 곰인형 선물이라며 준걸보고 어디서 주워듣기론 곰인형도 비용청구한다해서 안받겠다했는데 It's free!라며 날 안심시켜줬던 웃픈이야기...

두번째 전조증상
구토혈변 그리고 면역력 저하로 감기가 낫질않음

아무튼 또 그 똥고집을 유지하다 23년 12월즘 가족 전체가 감기를 크게 앓았고 유난히
남편혼자 감기가 잘 낫질 않는 듯했다.

해가 넘어가고도 1월 2월 어째 더 병약해져
가다 못해 피골이 상접해졌다 먹질 못하고
구토와 잦은 화장실 들락날락 남편이 볼일 보고 나오면 변기에 군데 묻어있는 핏자국들..
혈변이었다...

혈변과 구토증세로 체력이 저하된 남편은 점점 먹질 못했고 나중에는 하루에 바나나 한개도 넘기질 못할 지경에 이르렀었다.
누가봐도 점점 체중이 급격히 감소되는 모습이 보였고 피골이 상접해가지고는 말라가는 남편을 도저히 보다 못한 담임목사님 사모님께서 내가 말해도 병원 안 가는걸 아시곤 우리 집으로 오셔서 응급실로  당장 끌고 가셨다.

응급실


거기서 기본적인 심전도와 몸무게등 쟀고
충격적인 몸무게....

키는 180cm인데
몸무게는 45 kg

본래 체중 유지를 60kg 초중반을 유지했었는데 거의 20kg가까이 빠져있었다.

내가 미쳤지 왜 그냥 때려 기절시켜서라도 데리고 왔었어야 했는데!!!!!!!!!!!!
저건 누가 봐도 정상적인 몸무게가 아닌데
내가 너무 무지했고 바보 등신같이 왜 안 데려와서 이런 사태까지 오게 했을까...
나 자신이 병신 같아서 속상해서
엉엉 울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직감했다 이건 보통 병 걸린 것이 아니란 걸...

남편이 이 사진을 보고 본인이 이정도로 심각하게 말랐었냐며 많이 놀라했다


바로 방이 따로 마련된 중증환자들 응급방에 뉘어졌고 곧이어 피검사와 CT를 찍었고
삼사십 분 지났을까?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CT결과를 알려 주셨다.

“Unfortunately,
it seems to be cancer.”

정확히 들린 그 단어... 다시 되물었다
"cancer?!!!!! Are you sure???"

원어민 앞에서 항상 영어를 못해 주눅 들어있는 내가 나도 모르게 영어가 튀어나왔다.
믿기지가 않았고 CT사진을 보여줬는데
장과 간이 안 좋다고 얘길 해줬고  조직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간암일 것 같다고 했다.

간이 윗부분이 다 시커멓다.. 응급실에서 저 판독한걸 보여주는데 머리가 샛노래져서 이게 현실이 맞는건지 거짓말 같았다...


누가 봐도 이게 암인지 뭔지는 몰라도 간 쪽이 매우 안 좋아 보이는 건 확실했다.

그렇게 남편은 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그동안 먹지 못해 모든 피검사 수치들이 정상적인 것 하나 없어서 죽기 직전까지의 바닥을 치고 있었다.
각종 수치 떨어진 것들을 끌어올린다고 온갖 약을 며칠 동안 다 때려 맞은 뒤에 컨디션이 제법 올라오고 나서 조직검사와 내시경 검사를 했고 결국 “암”으로 판정이 났다.

처음엔 간암 일 것 같다였으나
조직 검사 결과
원발암은 대장암이며 간으로 전이가 되었음
전이가 되었으므로 stage 4
4기로 판명남


그렇게 우리는 기약 없는 싸움이 시작되었다